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땅 투기 의혹에서 악용된 보상 시스템은 ‘대토보상제’다. 이는 신도시·택지지구 등 공공택지에서 땅을 수용당하는 토지주들에게 현금 보상 대신 신도시 땅으로 되돌려 주는 제도다. 추후 신도시에 건물을 지으면 개발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어 현금 보상보다 선호가 높다.
수십조에 달하는 현금 보상이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될 수 있단 우려도 덜 수 있는 방안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자격 요건을 완화하고 신도시 아파트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등 대토보상 활성화 방안을 실시해왔다.
당정은 대토보상이 애초 목적과 달리 투기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지인에게는 대토 보상을 하지 않거나 보상을 하더라도 그 이익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이나 LH 등 공공기관 직원은 대토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토보상을 줄이고 토지보상금을 늘리면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 정부로서는 적정선 찾기에 고심이 깊다. 대토보상제 외에도 개발 정보를 가진 공직자가 이를 사익에 이용하거나 외부에 유출하지 않도록 촘촘한 방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만 일부 수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주도 택지개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까지처럼 비밀리에 사업을 추진하다 불시에 예정지를 발표하기보단, 장기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해 국민에게 미리 알리는 편이 투기 차단에 낫단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비밀리에 개발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가 (내부 구성원들이) 확실한 정보를 갖고 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며 “선진국처럼 사업 초기, 협상 초기부터 정보를 공개했다면 이렇게까지 투기가 불거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비밀이라는 것은 밀실로 들어갈수록 투기적 가치가 높아진다”며 “차제에 정부는 국토종합계획에 따라 20~30년을 내다보고 장기 계획을 세우고 국민들에게 공개한 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대로 쭉 밀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는 “장기계획에 따라 개발을 진행하고,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개발 대상지에 대해서는 중간 지점에서 토지 거래를 규제하거나 중단하는 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며 “계획 수립의 민주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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