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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환호 뒤 잇따르는 잡음… 삼성물산 재건축에 쏠리는 불안한 '시선' - 조선비즈

입력 2021.04.05 15:00

래미안의 귀환은 과연 삼성에 득일까.

삼성물산은 지난해 4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15차) 재건축을 수주하며 5년 만에 수주전(戰)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바로 한 달 뒤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도 따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왕의 귀환’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뿐 아니라 올해 4월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변 알짜입지에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인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를 일반 분양한다. 모든 아파트가 준공이 완성되면 일대가 ‘래미안 타운’으로 거듭난다.

건설업계에서는 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한 삼성물산을 부러운 눈으로 보지만, 재계 일각의 시각은 좀 다르다. 오히려 ‘악수(惡手)’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포 원베일리의 경우 조합원들과 조합 간의 이전투구 양상이 이어지며 소란스러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반포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서는 경쟁사와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등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총수 부재 시기에 삼성그룹과 계열사가 논란이 될 행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나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공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의 사업 진행 과정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시각이 많다. 갈등 속에 진행되는 사업은 준공 이후에는 하자보수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삼성물산이 잃을 평판까지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마이너스 수주가 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 수주 저력… 서울 구반포는 ‘래미안 타운’

5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래미안 원베일리’의 일반분양 일정이 4월로 사실상 확정됐다. 조합은 지난달 조합원 분양계약을 마쳤고, 4월 하순에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서울 반포 알짜 입지에 고급화 단지로 설계돼 이목을 끄는 곳이다.

2015년 원베일리를 마지막으로 한동안 수주를 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은 5년 만에 나선 수주 전에서 2전 2승을 기록했다. 화려한 부활이다.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 15차)와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가칭 프레스티지 바이 래미안)가 대표적이다. 래미안 원 펜타스를 수주할 땐 이례적으로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총력전을 펼쳤다. 반포 주공 1단지를 수주할 때도 대우건설과 맞붙어 압도적인 표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

원베일리가 준공되면 서울 구반포 지역은 ‘래미안 타운’으로 거듭난다. 2008년에 준공된 반포래미안퍼스티지를 포함해 신반포15차(641가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2091가구)까지 총 5722가구가 래미안 브랜드를 달고 신축 아파트로 변신한다.

연이은 수주 성공에 삼성물산의 수주 잔고도 크게 뛰었다. 지난 1월 수주한 강남구 도곡삼호 재건축 공사비(약 915억원)까지 감안하면 ‘래미안의 귀환’ 덕분에 1조1400억원의 수주가 단숨에 생겼다. 삼성물산은 상사, 패션, 레저, 식음 등 경기에 민감한 사업부들이 많은데,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재등판한 래미안이 매출 감소폭을 줄였다.

◇ 화려한 승리 뒤에 끊이질 않는 ‘잡음’

하지만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이같은 수주 연승에도 재건축 사업이 삼성물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합원과 조합 간의 싸움, 수주를 둘러싼 건설사 간의 갈등, 준공 이후로는 주택 소유주와의 하자보수 문제 갈등 속에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인 시점이기 때문에 더 부각하고 있다.

가장 먼저 원베일리 사업장에서 갈등이 점화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원 분양계약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정도로 감정이 상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에 분양 절차는 밟지만, 언제든 다시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말이다.

특히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 양상은 원베일리 준공 이후 시공사와 소유자들 간의 갈등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결정하고 시공사는 공사를 맡지만 준공 이후 하자보수 문제에서는 조합은 뒤로 빠지고 소유자와 시공사 간 싸움이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준공 이후엔 조합원 뿐 아니라 일반 분양자 등 조합과 관계없는 입주민들이 점차 많아질 텐데, 논란이 되고 있는 원베일리의 자재 문제는 결국 시공사 책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원베일리에선 34~68평대 주택형의 거실 창호가 너비 3.6m로 모두 똑같이 설계돼 논란이 되고 있다. 조합은 독일회사인 프로파인(Profine)사 창호를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국내 고급 자재를 놔두고 굳이 프로파인사 창호를 써야 하는지 의문을 보내고 있다. 조합원 민원으로 서초구는 서울시에 조합실태점검을 요청, 합동점검이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릴레이 신고를 펼치는 등 삼성물산에도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삼성물산은 원베일리 시공에 대한 조합원들의 합리적 의심에 성의있게 해명하라", "(조합과) 결탁의 고리를 끊으라"고 주장하는 중이다.

작년에 수주한 래미안 원 펜타스(신반포15차)도 향후 삼성물산 래미안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당시 수주 전에 이례적으로 참석한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이 "저희가 약속드린 사항을 100% 지켜, 신반포 15차를 반포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단지로 만들 것이다"라고 말한 것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발언 중 ‘약속 사항을 100% 지킨다’는 발언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말들이 나왔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 기간이나 설계 내용 등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면서 "나중에 문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포 1단지 3주구 수주전에선 아예 고소·고발전에 휘말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5월 "H 조합장이 삼성물산과 공모해 조합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삼성물산을 고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H씨는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 시공사로 선정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H씨의 문자에는 "아웃시켰던 현대산업개발보다 못한 최악의 시공사", "삼성보다 최소 수백억원 손해인 제안서를 제출한 대우건설", "대우는 이주비를 10원도 대여할 수 없어 이주를 못 합니다", "대우의 계약서와 제안서는 일반인이 볼 때는 아주 좋게 보이지만 저같은 전문가 눈에는 완전 사기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우건설은 "H씨는 삼성물산과 공모해 전날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대우건설에 대한 허위 사실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유포했다"면서 "피고소인 H씨와 반포3주구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은 시공사 입찰 전부터 모종의 관계를 맺어 왔다. H씨는 ‘삼성을 내가 데려왔으니까’,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을 제가 보장하겠다고 삼성건설에게 약속한 바 있습니다’ 등 삼성물산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음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H씨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대우건설과 관련해 보낸 메시지는 100% 사실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다. 재건축에 관한 한 1등이라고 자부하는 전문가로서 의견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 평판 고려하면 ‘마이너스 수주’ 의견도

건설·부동산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2015년 이후 오랜만에 수주에 나서면서도 강남권 알짜단지를 모두 꿰차는 저력을 보였지만 향후 불거질 갈등까지 고려하면 실리적으로는 ‘마이너스 수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승자독식인 수주전에서 시공사 간 신경전과 흑색선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아파트는 완공 이후 입주민과의 하자보수 분쟁이 잦다. 이런 잡음은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데,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이미지 관리가 중요해서다

특히 삼성그룹은 최근 몇년 새 각종 정치적 풍파에 휘말리며 각종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문제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돼 첫 공판을 앞둔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재개가 매출에는 분명한 도움이 되겠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 총수의 재판에는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룹 이미지를 실추할 요인이 많은 정비사업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관련 하자 분쟁으로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민원인들이 많아, 오너가 건설사만 다른 곳에 본사를 두기도 한다"면서 "주택사업은 평판 관리가 어려운 쪽에 속하는 사업이라 래미안의 정비사업 귀환이 삼성물산과 이재용 부회장의 리스크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앞선 2015년엔 한 래미안 입주민을 감시·미행하다 평판이 ‘뚝’ 떨어진 아픈 경험이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사는 한 입주민이 수년째 삼성물산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차장 소음 민원을 제기하자, 고객만족(CS)팀 직원들이 주총을 앞두고 해당 민원인을 감시·미행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최치훈 대표이사는 "매우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 삼성물산 현직 전무 1명에 대해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주택의 하자보수 과정에서 보수 의무가 없는 부분까지 회사 비용을 썼다는 혐의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래미안은 삼성그룹의 주력은 아닌데, 중요한 시기에 그룹과 총수 이미지에 손상을 준다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결과가 된다"면서 "이 때문에 계열사들이 모두 숨죽이는 가운데 갈등 소지가 많은 사업장을 여럿 가진 삼성물산에선 잇따른 수주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기본적으로 조합에서 지정하는 대로 시공하는 것이라 시공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자재 선정 등은 시공사(삼성물산)에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이어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를 1순위로 고려해 수주리스트를 뽑고 있다"면서 "우려가 나타나지 않을 사업지를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수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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