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Y의 ‘주행거리 역전 현상’에 대해 환경부가 소명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의 자체 시험 결과 고속도로에서 상온보다 저온 주행거리가 더 긴 것으로 측정됐는데, 일반적인 현상은 아닌 만큼 ‘주행거리 부풀리기’로 의심된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필요한 경우 직접 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환경부, 테슬라 본사에 자료 요청…왜?
6일 환경부 설명을 종합하면, 테슬라가 제출한 모델Y 롱 레인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고속도로)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더 길다. 상온에서 488.5㎞, 저온에서 491.7㎞이다. 전기차는 저온에서 전력 소모량이 훨씬 많은 터라 저온보다 상온에서 측정한 주행거리가 통상 더 길다. 테슬라의 측정 결과는 이와는 반대로 나온 셈이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런 역전 현상이 관찰된 것은 모델Y가 처음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테슬라코리아를 통해 테슬라 본사에 관련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자료를 받은 뒤에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확인 검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행거리는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또는 사설기관에 시험을 맡겨 측정한 값을 환경부가 인증해주는 시스템이다. 이 중에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직접 사후 검사를 하는 건 약 20%뿐이다. 때문에 대다수의 경우 시험 현장의 기압이나 타이어의 마찰력 등 주행거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환경부가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일정한 범위를 제공할 뿐이다. 유리한 값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테슬라는 자체 시험과 정부기관 시험 간의 결과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청(EPA)과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해 환경보호청은 신형 모델S의 주행거리를 직접 측정한 결과 최대 391마일(629㎞)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설명회에서 “환경보호청이 차 문을 열어놓고 주행거리를 측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체 측정한) 실제 주행거리는 400마일에 이른다”고 반박한 바 있다. 환경부가 ‘주행거리 부풀리기’를 의심하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다. 특히 겨울철 주행거리는 테슬라에 굴욕을 안겨준 전적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구형 모델3 롱 레인지의 경우 저온 주행거리(복합)가 상온의 6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올해 출시된 신형에서는 88%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히트펌프 기술 발전한 결과일 수도”
히트펌프 기술이 발전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히트펌프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에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난방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저온 주행거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 올해 출시된 모델Y와 신형 모델3에는 테슬라 최초로 히트펌프가 탑재됐다. 앞서 머스크는 이들 차종에 적용된 히트펌프에 대해 “내가 한동안 본 것 중 최고 수준의 공학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히트펌프는 고속 주행 시에 진가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이 고속으로 달릴 때는 배터리 등의 발열이 더 심한데, 이를 잘 활용하면 난방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온 주행거리의 경우 실제 측정값에 보정계수 0.7을 곱하기 때문에 상온과 저온의 주행거리가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 아이오닉5 롱 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의 고속도로 주행거리는 상온에서 365㎞, 저온에서 362㎞로 큰 차이가 없다. 테슬라코리아도 환경부 질의에 대한 1차 답변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고속 주행할 때는 배터리에서 열이 많이 발생해 저온 환경에서도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만 환경부는 히트펌프 기술을 감안해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히트펌프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의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며 “이번에는 그 변화가 너무 가파르다고 판단돼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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