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재심사받는 리브엠‥노조는 “폰 팔이냐” 반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혁심위)는 국민은행 리브엠 사업의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리브엠은 금융상품을 사용할 경우 고객에게 추가로 휴대전화 요금을 할인해 주고 남은 통신 데이터는 금융 포인트로도 전환할 수 있는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이다. 현행법상 은행은 고유업무와 관련이 없는 통신사업을 할 수 없지만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을 받으며 탄생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은 산업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가 변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샌드박스로 선정되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는데, 리브엠 사업이 1호로 지정된 것이다. 통신 사업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분야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산업의 발전과 고객 편의를 가져다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되면 인가나 영업행위 등의 규제를 최대 4년간 유예받을 수 있는데, 지정된 지 2년이 지나 이번에 재심사를 받는 것이다.
야심차게 출발했던 리브엠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애초 100만명의 가입자를 목표로 했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 9만5000명 안팎에 그쳤다. 국민은행의 강점인 영업망을 활용하려 했으나 국민은행 노조가 “은행원을 폰팔이로 내몬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리브엠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오다 국민은행이 금융위에 리브엠 재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금융위가 “은행 직원들이 과도하게 실적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았으니 재허가를 내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은행이 이달 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영업점 가입은 1%에 불과‥10만 소비자 불안감 커져
은행 측은 노조의 우려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영업점을 통해 리브엠에 가입한 고객은 전체의 1%대에 불과하다. 리브엠의 영업점 업무처리 횟수는 영업점당 하루 0.1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창구 직원이 리브엠 영업에 동원된다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해 오프라인 채널에 리브엠 전담직원 130명을 점포에 배치했다. 비대면 가입을 어려워하는 통신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지역영업그룹 대표의 KPI항목에 ‘디지털 업무 평가’와 같은 간접적인 평가 항목은 있어도 영업점에서 받는 실적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통신 주무관청인 과기정통부도 리브엠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남철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국민은행이 5G 요금제와 군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알뜰폰스퀘어(알뜰폰 전용 오프라인 홍보관) 설치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위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 역시 리브엠이 1호 혁신서비스로 지정된 만큼 사업 중단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노사가 원만하게 합의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국민은행 사측과 노조의 입장 차는 좁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노사갈등으로 혁신금융 재지정 심사가 차질이 빚다 서비스가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다. 40대 공무원인 A씨는 “국민은행이 주거래은행인데다 공무원 전용 요금제를 쓰다보니 데이터를 마음대로 써도 요금이 월 2만원대에 불과했다”며 “리브엠 서비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뒤 통신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라고 말했다.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의 중단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해뒀다. 최악의 경우 현재 망을 빌려 쓰는 LG유플러스나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가입자 승계를 준비해뒀다. 그러나 서비스 중단 자체만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적인 변화와 새로운 도전은 필연적 과제”라며 “리브엠 사업중단이 소비자를 위한 선택인지 노조를 위한 선택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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