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가치 56兆 넘어
고위공직자도 재테크 수단 활용
"수수료 싸고 위험분산에 최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가치(AUM)는 지난달 말 기준 56조358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에 비해 10조7416억원 늘었다. 국내 공모 주식형 펀드(21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 결과 한국 ETF 시장 규모는 홍콩을 제치고 일본(5450억달러, 약 615조원)과 중국(1680억달러, 약 189조원)의 뒤를 잇는 아시아 3위가 됐다.
ETF는 고액 자산가들의 중요한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계좌로 10억원 이상 굴리는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8.54%에서 올초 17.66%로 급증했다. 고위 공직자도 ETF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고위 공직자 재산신고를 통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ETF에 7000만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ETF는 인덱스펀드를 상장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특정 종목에만 투자할 경우 발생하는 위험을 분산해주는 장점이 있다. 성준석 KTB자산운용 매니저는 “ETF는 개별 산업과 테마에 맞는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 고액 자산가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슈퍼리치들은 왜 ETF로 몰릴까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2019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역사상 최고의 투자가로 평가받는 버핏의 이 말은 ETF가 그만큼 믿을 만한 투자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공모, 사모펀드가 모두 위기에 처한 한국 시장에서는 강력한 투자수단이 되고 있다.
이미 고액자산가들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3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에 10억원 이상을 맡긴 고액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ETF는 7630억원어치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기 전인 2019년 말(3626억원)보다 110.42% 급증했다. 이들이 2월 말까지 내놓은 매수 주문은 9조7371억원어치에 달했다. 2018년(5조5991억원) 매수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올 들어서는 변화가 포착된다. 특정 투자 테마에 속한 기업들에 분산 투자하는 테마형 ETF와 업종 ETF가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단기투자형 상품 일색이던 포트폴리오에 장기투자형 상품이 진입하면서 ETF 보유 잔액도 급증했다. 국내 상품 가운데서는 2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가 4위를 차지했다. 해외 ETF 투자자는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의 ‘에너지셀렉트 섹터 SDPR’(티커명 XLE)에 세 번째로 많은 매수주문을 넣었다. 올 들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산업이 수혜 업종으로 부각됐고, XLE 주가도 연초 대비 32.53% 수익을 올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몰고 온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의 ETF도 부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거래하는 ‘액티브 ETF’를 발행한다. 아크ETF 가운데 최대 규모인 ‘ARK 이노베이션’(티커명 ARKK)은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ETF 4위에 올랐다. ARKK는 지난해 152%의 수익을 올리며 레버리지형 상품을 제외한 미국 내 모든 ETF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성적을 냈다.
투명성도 ETF의 장점이다. ETF는 사전 설정된 원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이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추적하며 펀드가격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액티브 펀드 투자자가 환매 주문을 내도 해당 시점의 펀드 종목 구성은커녕 환매 가격조차 바로 알지 못하는 것에 비해 투명성 측면에서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는 시장 전체의 수익률을 단순히 따라가는 것을 넘어, 개별 투자자가 짜기 힘든 투자 전략과 테마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펀드가 쇠락하고 사모펀드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차별화된 ETF 전략을 통해 투자자를 공략하는 것이 자산운용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박재원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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