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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ICC 소송 앞두고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교보·어피니티 - 조선비즈

입력 2021.03.10 10:35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등 재무적투자자(FI, 이하 어피니티)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소송 2차 청문이 다음주로 다가왔다.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갈등에 따른 양측의 공방은 청문을 앞두고 여론전과 소송전 등을 통해 극에 달하고 있다.

2012년 교보생명의 기업공개 조건으로 신 회장의 지분을 샀던 어피니티 측은 기업공개가 무산되자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2018년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옵션 행사 가격에 반발하면서 결국 이들의 갈등은 ICC까지 가게 됐다.

앞서 주식 가치 산정 과정에서 회계법인(이하 안진)과 공모했다는 교보 측의 고발로 어피니티 측 주력 임원들은 검찰에 기소됐다. 어피니티 측은 신 회장의 자택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며 맞섰다.

어피니티는 최근 실물 증권 가압류를 명목으로 집행관을 대동하고 신 회장 자택과 본사 회장실을 방문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측 감정의 골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2차 청문 앞두고 ‘물리적 충돌’ 까지 벌인 양측…소송전·가압류 이어져

9일 보험업계와 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말 이틀에 걸쳐 여러명의 집행관이 교보생명 서울 본사와 신 회장 성북동 자택을 찾아왔다. 법원의 허가를 받고 교보생명 ‘실물 주식’을 가압류하러 온 것이다. 진입구가 위치한 로비에서 안으로 진입하려는 집행관과 진입을 막는 경비 업체 직원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고 경비원 한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신 회장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실랑이 끝에 자택으로 들어가는 문이 일부 파손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피니티 측의 법률대리인이 집행관을 대동하고 집과 회사를 다녀갔다"며 "그 가운데 실랑이가 벌어졌고, 부상을 입은 경비원은 물리력을 행사한 집행관 측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어피니티 측은 "법원 가압류 결정에 따른 적법한 집행으로, 경찰도 동행했다"며 "동행한 직원은 법률대리인이 아니고, 집행 현장에 동행한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2차 청문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어피니티 측은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ICC 산하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주관하는 청문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청문 절차는 지난해 10월 1차 청문 이후 두번째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화상 통화로 진행될 예정이다.

ICC 중재재판은 단심제로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데, 이번 건의 경우 최종 결론에 따라 풋옵션 행사 금액이 8000억원가량 차이날 수 있다.

ICC 중재 청문을 앞두고, 양측은 다양한 경로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다.

먼저 공격을 개시한 곳은 교보생명이었다. 지난해 3월 교보생명은 FI 측의 풋옵션 가치를 산정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와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8개월의 수사 끝에 안진이 옵션 가치 산정 과정에서 어피니티 등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익을 얻은 것이 있다고 보고 올해 1월 안진 회계사 3명과 FI 측 IMM PE,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임원 각각 1명씩을 기소했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FI 측이 검찰에 기소당하면서 일각에선 이 여파가 ICC 2차 청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나아가 교보 측은 지난달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안진에 대한 제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며 공세를 강화하기도 했다.

어피니티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9년 3월 신 회장을 ICC에 제소한 어피니티는 2020년 4월 신 회장의 성북동 자택에 50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 기소가 이뤄지자 ‘교보생명 풋옵션에 대한 6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풋옵션 행사의 정당성과 풋옵션 가격의 적절성을 주장했다.

뒤이어 지난달 어피니티는 법원에서 신 회장의 실물 주식 가압류 허가를 받고, 교보생명 서울 본사 회장실과 성북동 자택을 찾아 전자증권으로 돼있는 주식을 가압류하는 ‘액션’을 취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모든 주식이 전자주식 형태여서 법원이 허가한 실물 증권 가압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피니티 측이 실물 증권을 찾겠다며 집행관을 대동하고 집과 회사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경비원이 어피니티 측 관계자를 막는 과정에서 직원 한명이 부상을 입었고, 신 회장 측은 물리력을 행사한 어피니티 법률 대리인을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신 회장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일부 파손됐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 "IPO 안되면 팔겠다" 풋옵션 건 어피니티… 9년째 계속된 갈등

양측의 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주에 열리는 2차 청문은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검찰 기소가 어피니티 측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꼭 그렇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 간의 ICC 중재재판은, 청문 이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판정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빠르면 9월 정도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측 갈등의 단초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신 회장이 이 주식을 공정시장가치(FMV)에 대신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신 회장은 IPO를 추진했지만, 결국 약속된 기한을 넘겼다. 어피니티는 추가로 3년을 제시했지만, 마찬가지로 IPO에 실패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1주당 40만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2012년 컨소시엄이 매입할 때보다 66.9% 높은 금액이었다. 이때 안진의 감정평가 결과를 풋옵션 가격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계속된 불황과 저금리 기조로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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