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삼성전자는 한국 주식시장 대장주인 것은 물론 '현금킹'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8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예금금리가 연 4~5%대로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연간 이자수입으로만 4조3000억~5조4700억원가량을 올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 20곳이 금고에 묻어둔 현금은 250조원을 넘는다. 작년 말에 비해 30조원 가까이 늘었다. 고금리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을 조짐이 보이자 눈치 빠른 기업들이 현금마련을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과 각 회사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 (KS:) SK하이닉스 (KS:) LG화학 (KS:) 기아 현대모비스 LG전자 SK이노베이션 포스코홀딩스 대한항공 (KS:) 삼성SDS 삼성물산 고려아연 에쓰오일 HD현대 롯데쇼핑 LG유플러스 현대제철 한화솔루션 동국제강 세아베스틸지주 등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사 20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0조26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21조9788억원)과 비교해 28조2839억원(증가율 12.7%) 불었다.
지난 6월 말(247조2434억원)보다는 3조193억원(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3분기(6~9월)에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현금 증가 폭이 둔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침체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자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포스코홀딩스의 현금이 가장 많았다. 포스코홀딩스는 연결기준 9월 말 현금성 자산이 20조942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18조1560억원)보다 2조7860억원(15.3%)이나 늘었다.
이 회사 최정우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그룹경영회의에서 “현금 중심 경영에 나서달라”며 계열사에 주문한 것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 7월에만 2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7월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포스코홀딩스 자회사인 포스코도 지난 7월에 8000억원의 회사채를 찍었다.
기아(20조3100억원) 현대모비스(10조9554억원)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현금성자산도 상당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각각 9조2937억원, 9조1280억원의 현금을 확보 중이다. 작년 말보다 각각 25.4%, 138.6%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인 HD현대의 9월 말 현금성 자산은 5조604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2038억원(133.4%) 늘었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치솟는 데다 경기까지 꺾이는 만큼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레고랜드 사태로 대기업들마저 '돈맥경화' 상황에 몰린 만큼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의 경영활동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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