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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컨슈머]① “집도 팔고, 차도 판다”... 비대면 소비 이끄는 ‘라이브 커머스’ - 조선비즈

입력 2021.01.02 07:00

대신 입어주고, 바로 답해주고… ‘쌍방향 쇼핑’으로 주목
네이버 이어 쿠팡·배민도 합류… 2023년 10조 시장 전망
온·오프라인 포용하는 차세대 커머스… 아마존·월마트도 뛰어들어
"예능·게임 녹인 콘텐츠 커머스로 진화할 것"
비대면 소비 바람을 타고 실시간 판매 방송인 라이브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을 포용하는 차세대 커머스로, 2023년까지 10원대 성장이 전망된다./그립
지난해 유통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였다. 실시간 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모바일 홈쇼핑 형태로, 줄여서 ‘라방’이라고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유튜브·넷플릭스·틱톡 등 영상 기반 소셜미디어(SNS)가 보편화하면서 새로운 소비 행태로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방송을 켜고 물건을 팔 수 있는 데다, 판매자와 고객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이 라이브커머스의 장점. 국내는 아직 도입 단계지만, 롯데·신세계·현대·CJ 등 유통 기업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빠르게 성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조원대였던 시장규모가 2023년까지 10조원대로 커질 거로 전망한다.

◇10분 만에 매출 1억 거뜬... 백화점도 네이버도 ‘라방’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22일 90분간의 라이브 방송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 4만 세트를 팔았다. 총 매출액은 약 11억원으로, 10분당 1억2000만원 이상을 벌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새해 첫날을 라이브커머스로 열었다. 12월 31일 밤 11시부터 90분간 방송인 탁재훈이 출연해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경품을 선물했는데, 1만5000명이 넘는 이들이 방송을 시청했다.

라이브커머스가 호응을 얻은 비결은 ‘쌍방향 소통’에 있다. 고객 대신 옷을 입어주고 "키 작은 하비(하체 비만)인데 몇 사이즈를 입어야 할까요?"라는 까다로운 질문에도 바로 답변해 입체적인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방송하는 동안 사면 할인 혜택도 준다. 이런 과정은 높은 구매 전환율로 연결된다. 이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이 0.3~1% 수준이라면, 라이브커머스의 구매 전환율은 5~8%으로 알려진다.

그래픽/송윤혜
"심심할 때 라방을 본다"는 이들도 생겼다. 사실 온라인 쇼핑은 외롭고 지루하다. 혼자 상품 사진과 설명과 살피고, 구매자들의 리뷰를 찾아보고, 그 리뷰가 광고인지 진짜인지도 필터링해야 한다. 상품만 있고 경험은 없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여럿이 상품을 구경하고, 궁금한 걸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유쾌한 쇼핑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오늘 뭐 먹었어요" 같은 일상적인 수다를 곁들이다 보면 어느새 충동구매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에 업계에선 온·오프라인 경계를 없앤 커머스라는 평이 나온다.

판매 품목도 제한이 없다. 11번가는 MINI 애비 로드 에디션 한정판 모델과 BMW의 더 뉴 5시리즈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티몬은 전기차와 오피스텔 분양권을 팔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이나 자동차 판매는 일대일 응대가 보편적인데, 비대면 소비가 확산한 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한 번 방송하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보기 때문에 홍보를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했다.

유사한 판매 형태인 TV홈쇼핑에 비해 효율이 높다는 점도 라이브커머스의 장점으로 꼽힌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라이브커머스는 송출 수수료를 낼 필요 없이 촬영 장비만 갖추면 돼 자산 경량화 모델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홈쇼핑과 달리 관련 법과 규제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쌍방향 소통’으로 온·오프라인 경계 없애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유통 업계에 라이브커머스는 단비 같은 기회로 다가왔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물론 이커머스, 제조업체, 소상공인 등 다양한 판매자들이 라이브커머스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은 지난해 7월 라이브커머스 ‘온 라이브’를 출범했다. 롯데백화점의 ‘100라이브’를 비롯해 롯데마트, 롭스 등 롯데쇼핑의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올 하반기에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해 입점 셀러들도 이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직접 큐레이션한 상품을 판매하는 카카오쇼핑라이브./카카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부문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인 데 이어, 최근 현대리바트를 통해 홈퍼니싱 전문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출범했다. 신세계그룹도 영상 콘텐츠 제작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통신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쇼핑 라이브’를 운영 중인 네이버는 4개월 만에 누적 시청자수 4500만회, 구매 고객수 40만명을 돌파했다. 네이버는 계열사 스노우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전용 플랫폼 잼라이브도 인수했다. 지난해 5월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출범한 카카오는 지난달 누적 시청자수가 1000만회를 넘어섰다. 하루 1~2회 직접 큐레이션 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회당 평균 시청횟수가 11만회에 달한다. 거래액은 출범 5개월 사이 2100% 증가했다. KT도 지난달 자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에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쿠팡과 배달 앱 배달의민족도 조만간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다.

◇예능·게임 접목한 콘텐츠 커머스로 진화할 것
우리보다 라이브커머스가 빨리 정착한 중국에선 2017년 190억위안(약 3조20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9610억위안(약 191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9% 비중이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해 11월 광군제 기간 매출의 25%를 라이브커머스로 거뒀다.

아마존 라이브./아마존
관심이 적었던 서구 시장도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유통 체인 월마트는 최근 틱톡을 통해 라이브커머스로 패션 상품 시험 판매했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아마존 라이브를 운영 중이다. 현지에선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들이 동영상 쇼핑에 뛰어들면서 미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2023년까지 250억 달러(약 27조원) 규모로 성장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의 안현정 이사는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커머스"라며 "이커머스의 대체가 아닌 확장형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태동기를 맞았던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은 올해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업체들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최근 라이브 방송을 통해 명품 화장품 입생로랑의 마블 팩트를 세계 최초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이 지닌 명품 및 수입 브랜드 바잉력을 활용해 3개월 앞서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이커머스나 플랫폼 기업에선 선보이기 어려운 기획"이라며 "오프라인 유통 노하우를 활용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라이브커머스를 선보일 방침"이라고 했다.

네이버의 예능형 라방 ‘베투맨’(왼쪽)과 ‘리코의 도전’/네이버
게임과 예능 등 소비자 참여도를 높이는 기획도 락인(Lock-in) 전략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최근 예능형 쇼핑 콘텐츠를 출범했다. 앞서 '뭐든지 베스트 셀러'와 '베투맨(BET2MEN)'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 말 ‘리코의 도전’을 공개했다. 진행자 리코가 폐점한 백화점에서 한도를 모르는 카드로 쇼핑하는 형식으로, 5시간 동안 약 28만명이 방송을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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