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수익 모두 잡으려는 젊은층 몰려
사진=뉴스1
최신 정보기술(IT)로 무장한 2030대 가맹점주들이 창업전선에 속속 뛰어들면서 5060 퇴직자 일색이던 시절엔 기대하기 어려웠던 역동성까지 더해졌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4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 GS25, 세븐일레븐(미니스톱 포함), 이마트24의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는 총 5만986곳으로 집계됐다. 전년(4만7829개)보다 3157개 늘어 난 수치다. 편의점 점포수가 5만개를 돌파한 것은 1989년 국내 첫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서울 송파구 방이동)이 문을 연 후 32년 만이다.
편의점이 거미줄처럼 깔리면서 점포 한 곳당 인구 수는 1013명으로 5년 전인 2017년(1700여명)에 비해 40% 줄었다. 2020년 도시면적(1만7769㎢)을 기준로 봤을 때 349m당 1개 꼴로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폭풍성장하는 편의점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는 ‘청년 창업’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편의점 CU에서 올 들어 새로 계약한 가맹점주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5%로, 주축인 50대(28.0%)와 1.5%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19년에 CU의 20대 편의점주 비중은 6.0%에 불과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편의점 사업을 접해 본 2030 중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는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장년층보다 뛰어난 IT실력을 앞세워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도 가치 있겠지만, 요즘은 평생직장 시대도 아니잖아요. 취업에 얽매이지 말고 노력하는 만큼 돈 버는 일을 하고 싶었죠.”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인근에 있는 CU 대치동부점 점주 두진주 씨(사진)는 27살이다. 지난해 7월 이곳을 인수해 9개월째 운영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주중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장인과 비슷하지만, 월 수익은 회사원인 친구들보다 30~40% 많다. 두 씨는 대학생 시절 4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이 극심해지자 이 경험을 살릴 수 있는 편의점 창업을 택했다.
이는 각 사의 점주 관련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GS25의 신규 가맹점주 중 2030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4.0%에서 올해 1분기 41.6%로 증가했다. CU는 같은 기간 23.4%에서 45.4%로 늘었다.
20대 가맹점주에 초점을 맞춰봐도 CU에서 이들의 비중은 2019년 6.0%, 올해 1분기 26.5%로 4배 이상으로 커졌다. 같은 기간 CU의 50대 점주 비중은 34.8%에서 28.0%로, GS25는 23.7%에서 22.8%로 감소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점주들은 그들만의 젊은 감각을 앞세워 편의점 시장의 주력인 50대 이상 장년층과 차별화하고 있다. 두진주 씨의 경우 매일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체크하며 최신 먹거리 트렌드와 경쟁사 신제품 현황을 살핀다.
인기를 끄는 상품과 비슷한 제품이 CU에 출시되면 곧바로 들여오기 위해서다. 이렇게 마련한 신제품들은 점포 입구 옆에 전용 매대를 둬 쉽게 찾을 수 있게 했다.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특징이다. 두 씨는 주 5일,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은 아르바이트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일하지 않아도 상권과 고객 분석을 철저하게 하니,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 중독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와 달리, 1980~1990년대 밀레니얼 세대는 일한 만큼 쉬어야 하고,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른바 ‘덕업일치’를 추구한다”며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편의점은 기능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청년 점주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매출은 전년 대비 6.8% 늘어났다. 2019년 4.1%, 2020년 2.4%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이는 같은 기간 내내 감소세를 이어간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통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SSM 등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편의점은 달랐다. 채소와 정육 등 신선식품 취급비중을 늘여 집 근처에서 빠르게 장보기를 원하는 1인 가구와 주부들을 잡았다. ‘홈술족’이 늘자 매대를 와인과 위스키로 채웠고, 택배와 배달 서비스, 은행 창구까지 들여와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도 확장했다.
이처럼 빠른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작은 매장 면적과 프랜차이즈라는 업태 덕분이다. 편의점 5개 사의 점포 면적 평균은 66~83㎡ 수준이다. 면적이 크지 않으니,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상품구성을 바꿀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직영점인 대형마트와 달리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는 신제품도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일주일 만에 매대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민첩한 대응의 결과 편의점 3사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을 제쳤다.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15.9%)도 대형마트(15.7%)를 앞섰다.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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