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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 아파트, 3년 반 전보다 싸졌다"…집값 반토막에 '비명' - 한국경제

인천 청라국제도시·루원시티 집값 절반 '뚝'
오르는 금리·내리는 집값
"위험 안고 집 사느니 검단 전세"

청라호수공원에서 찍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청라호수공원에서 찍은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거듭된 금리 인상에 매수심리가 얼어붙으며 전국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검단 신도시 공급물량까지 늘어난 인천 서구에서는 집값이 고점 대비 40% 이상 주저앉은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루원시티프라디움' 전용 84㎡는 지난달 29일 4억7600만원(12층)에 매매됐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8억9900만원(25층)에 팔리며 실거래가가 9억원에 육박했지만, 1년 만에 가격이 4억2300만원 낮아지며 '반값'이 됐다. 3년 반 전인 2019년 4월 4억9000만원(10층)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바로 옆 청라동의 청라국제도시 사정도 다르지 않다. '청라제일풍경채2차에듀앤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5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9억4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 약 42% 하락했다. 같은 시기 '청라국제금융단지한양수자인레이크블루' 전용 84㎡ 역시 7억1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최고가 12억4000만원보다 5억3900만원 내린 가격으로, 1년여 만에 약 43% 떨어졌다.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 등 지역 집값이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검단 신도시를 지목한다. 주변 지역에서 저렴한 전세가 대거 공급되고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으면서 신혼부부 등이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사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인천 서구 입주·입주예정 물량은 1만9606가구다. 지난해 8876가구의 배가 넘는다. 내년에도 1만7313가구가 예정됐고 2024년 4357가구, 2025년 980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대부분이 검단 신도시 물량이다.

전세를 들여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려던 검단 집주인들은 입주시기가 다가오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급이 넘치다 보니 전셋값도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탓이다. 원당동 '검단신도시2차디에트르더힐', '검단신도시3차노블랜드리버파크' 등 전용 84㎡ 보증금이 1억원대로 내려온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입주장 영향에 전셋값이 하락한 가운데 주택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서구 집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한 64를 기록했다. 6월 98, 7월 82, 8월 76, 9월 67 등 6개월 연속 하락세인 동시에 역대 최저치다.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집값 전망을 비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억원이면 청라에서 전용 84㎡ 신축 전셋집을 골라 잡을 수 있다"며 "집값이 내려간다는 전망이 많고 이자도 부담이라 대출받아 집을 사기보단 조금 떨어진 곳에 전셋집을 구해 시장을 관망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매수자들이 어지간한 급매물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며 "집을 빨리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호가를 내리면서 매번 거래마다 가격이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지난달까지 전국 집값은 2.52% 내렸고, 인천은 두 배에 가까운 4.51% 하락했다. 특히 서구는 5.08% 내리면서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6.33%)에 이어 인천 하락율 2위를 기록했다. 집값 하락이 거듭되자 정부는 지난 9월 인천 남동구·연수구와 함께 서구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다만 규제 완화가 무색할 정도로 집값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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