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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2020년 가계저축률(가계 처분가능소득 등 중 가계 순저축의 비중)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가계저축률은 1999년 13.2%를 기록한 이후 10%를 넘은 적이 없었다.
1970~1979년엔 연 평균 10.5%를 기록했고 1980~1989년엔 15.4%, 1990~1999년엔 18.6%를 보였다. 2000~2019년까진 4.3%를 기록했다. 추세적인 저금리에 가계 저축률이 점차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 고용 등에 불안감이 커지자 서서히 저축이 증가, 2015년엔 저축률이 8.4%까지 올랐으나 그 뒤로 줄어 2019년엔 6.0%로 내려 앉았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가계는 다시 불안감이 커졌다. 한은은 가계저축률 상승폭이 2019년 대비 4%포인트 내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금도 오르지 않고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놓일 정도로 경기가 나빠진 만큼 가계 소득이 줄었을까. 그것은 아니다.재난지원금 등으로 정부가 돈을 쥐여주면서 가계의 처분가능 소득(명목)은 2% 내외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가계소득은 전년동기보다 4.8% 증가했다. 가계 소득이 늘어난 원인의 대부분은 정부 지원금 등으로 조사된다.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2분기엔 이전소득(정부기관에 의해 무상으로 지급되는 소득)이 무려 80.8%나 급증했다. 3분기에도 1.6% 증가세를 이어갔다. 가계는 늘어난 소득은 소비하기보다 저축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간소비(명목)는 3% 중반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콕 생활에 해외 여행이 급감하고 교통, 오락 등과 관련된 소비가 대폭 줄었다.
미국·유럽도 저축률 20%대까지 올라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선 국민 1인당 20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상원에 계류돼 있는데 그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5월 미국이 국민 1인당 최대 1200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받은 사람의 15%만이 이 돈을 소비하거나 소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연구 결과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저축하거나 빚을 갚는 데 쓸 것이란 내용이었다.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작년 7~8% 정도를 유지했는데 2020년 2분기에는 무려 25.7%로 껑충 뛰었고 3분기에도 15.8%에 달했다.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는데 경제 봉쇄 등에 소비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로 지역 역시 지난해 가계 저축률이 12~13% 내외였는데 2분기 역대 최고치인 24.6%를 기록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에선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코로나19로 실직하게 된 가계 등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생활비가 급한 가계는 재난지원금이 곧장 소비로 이어질 테니 말이다.코로나19로 이동이 제약되고 가계 살림이 불안해진 결과가 낳은 현상이다. 가계저축률 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를 제약할지, 모아뒀던 돈이 엄청난 소비 폭발로 이어질지는 코로나19 상황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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