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 채 달랑인데…이렇게 해라도 자산 지켜야"
작년 아파트 매매 최대치, 세대도 급증해
의견 놓고 대립·논쟁 붙기도…욕 먹어도 일단 '내 집 마련'

1주택자들이 소유한 아파트에 대한 옹호글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 서울 아파트 전경. / 자료=게티이미지
부동산 관련 어플리케이션과 카페, 커뮤니티 등에 아파트 자랑이 넘치고 있다. 매수의향이 있는 예비 수요자들에게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해주거나 내 집의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집주인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중개를 위해 아파트 홍보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의 장점을 소개하면, 개별로 오는 쪽지나 연락을 통해 중개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집주인들이 자청해서 아파트 자랑에 나서고 있다. 다주택자들로 집을 높은 값에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1주택자임에도 높은 가격대에 매수한만큼 아파트의 평판이나 미래가치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 매매거래량은 127만8305건으로 전년(80만5272건) 대비 58.9% 늘어났다. 5년 평균(97만1071건)보다 31.7% 증가한 거래량이다. 이는 정부가 주택 거래량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2016년 거래량은 105만3000건에 달했지만 2019년 80만5000건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지방 광역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매거래가 치솟았다.

인터넷 게시글이 격화되면서 일부에서는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규제지역 지정에 따라 집값이 요동쳤던 경기도의 경우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예고한 탓에 공급이 쏟아질 우려가 있는 동시에 교통대책이나 개발호재에 따라 집값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역 카페에 호재를 나누면서 보다 큰 카페나 앱에 글, 사진 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주 들어가다보니까 글 쓰는 분들도 거의 정해져 있더라"라며 "김포에서 글 올리시는 분들은 얼굴을 보진 못했어도 대충 어디쯤 살고 식구가 어떻게 되는지 알겠더라"라고 귀띔했다. 또 "호갱노노에 우리 아파트가 검색어로 뜨면 좋겠다"고도 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유머글. 집 자랑을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해석이다. / 자료=부동산 커뮤니티
상황이 이쯤되니 아파트 자랑에 대한 해석이라는 유머글까지 돌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실거주하기 좋아요'는 집값이 안 오르는 아파트라는 뜻이고, '숲세권'이라는 자랑 이면에는 구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재가 많다거나 곧 OO이 들어온다는 말도 믿을 게 못 된다고 해석했다.
자랑글과 비방글을 놓고 두 편으로 갈려 논쟁이 붙기도 한다. 자랑글이 과도하거나 거짓말이라고 리플로 공격을 하거나 반대로 '비방글은 곧 욕세권'이라며 칭찬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욕세권은 역과 가까운 아파트를 지칭하는 역세권에서 따온 말로, 비판이나 지적을 많이 받는 아파트의 시세가 오를 때 '욕 먹는 아파트가 잘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단지에 청약을 넣었다는 A씨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으로 넣는다니까 주변에서 '아깝게 거기에 왜 넣느냐'고 한 마디씩을 들었다"며 "강남 좋은 건 전국민이 알고 나도 안다. 의정부에서도 역세권 좋은 건 당연히 알지만, 시세가 6억~7억원인데 내 능력으로는 영끌해도 살 수 없으니 청약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골이다 구석이다 아파트를 보는 눈이 없다고 하는데, 나도 오죽 답답하면 여기까지 넣었겠나"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아파트 자랑은 통한 '시세 지키기'가 시장 교란 행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부동산 카페나 커뮤니티, 유튜버 등에서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비친바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과거 이와 연관된 발언을 내놔 주목받기도 했다. 정부가 지자체와 국세청, 경찰 등과 합동조사하는 내용 중에는 '집값 담합'을 유도하는 인터넷 카페글도 포함이 된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 담합을 유도한 행위를 적발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에 버블(거품)이 많아졌다고 하면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실제 집값이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1주택자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진 게 '집 한채'인 경우들이 많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집값을 떨어트린다면 1주택자들의 자산이 깎이게 되는데, 매달 수백만원의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1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다. 집값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시세를 떠받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행위까지 제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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