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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2021] “상승장 후반기라고 단정 못해… 공급 없으면 하락도 없다” - 조선비즈

입력 2021.01.04 06:00

[2021 부동산을 말한다] ④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서울 강남 내년에도 오를 것… 실수요자는 노도강·금관구로 간다"
"집값 잡으려면 공급 늘리는 수밖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가격 변동 신호"

"지금 부동산 시장이 상승장 후반에 있는 것인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주범은 공급부족인데, 1순위로 추진돼야 할 공급 정책이 끄트머리쯤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민간 정비사업이 이뤄져야만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겁니다. 지금처럼 공공부문으로만 애를 쓰면 한계가 있습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백윤미 기자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서울 아파트는 상·하반기에 각각 2~3%씩, 연 5~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은 상반기에만 3~4%, 하반기는 1.5~2%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이고, 지방은 1% 내외 강보합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울 집값 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공급부족이다. 저금리에 유동자금이 많은 상황이 집값 상승의 한 요인은 될 수 있지만, 주범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공급 대책을 일부 발표하기는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을 하지는 않고 있다.

올해도 민간정비사업 활성화되지 않으면 가격이 잡히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전망하기 조심스럽지만, 서울 아파트의 경우 체감 상승률은 10%가 넘을 것이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이 가장 많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동의한다. 강남은 ‘서울 중 서울’이다. 교육환경이나 입지가 좋아 누구나 다 사고싶어 한다.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등에 재건축 아파트가 몰려 있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도 하다. 다주택자들이 재건축 아파트를 또 사기는 부담스럽지만, 돈 많은 현금 부자들이 살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현금화가 용이한 광의통화(M2) 자금도 10월 기준 3150조5000억원이나 된다. 코스피를 두번 사고도 남는 엄청난 유동자금이다. 이것만 봐도 강남은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는 시장일 수밖에 없다.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에 있는 5억~9억원의 중저가 아파트들 역시 계속 주목받을 것이다. 전세난으로 물량이 없고 전셋값이 오르니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서울 안에서 가용 가능한 금액의 집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 가격대 아파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을 것이다."

-‘노도강’과 ‘금관구’는 작년에도 많이 올랐다.

"더 오를 수 있다. 목동이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2만5000가구인데 상계동은 1~16단지가 3만5000가구다. 똑같이 재건축 했을 때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날까. 지금보다는 많이 좁혀질 것이라고 본다. 실례로 현재 입주 중인 상계주공8단지 전용면적 84㎡가 15억이 넘는다.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84㎡가 20억에 거래됐는데, 별로 차이가 안 나는 것이다.

가격이 아직 많이 오르지 않은 대중교통의 사각지대, 예를 들면 번동 같은 곳에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동북선 경전철이 지난해 7월 착공하면서 번동을 지나가게 됐다. 이 외에도 또 서부선 경전철이 지나가는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방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지방 광역시에까지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깊숙이 스며들면서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본다. 청약 경쟁률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타운 전체가 신축 아파트인 세종의 경우 인근 청주나 대전 등에서 수요를 흡수할 것이다.

다만 지방은 일자리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일부 지역의 경우 공실이 소진은 됐지만,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집값에 큰 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다주택자 규제가 강력한 상황에서 투자 수요가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이지 않은가."

-사실상 전국이 규제지역이다. 투자수요는 여전할까.

"이제는 서울 사람들이 관광버스 타고 내려가서 비규제지역 물건을 싹쓸이하는 것은 그야말로 소설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됐다. 다주택자를 집중 규제한 7.10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가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비규제지역에 유입되는 외지인들을 투자자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외지인 매수가 여전한 것은 결국 가격 차이, 대출 제한 등 돈 문제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대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닌 결과다. 지방도 마찬가지로 부산 집값이 너무 오르니 거가대교 등을 건너면 출근할 수 있는 창원이나 거제로 가는 거다."

-몇 년째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금은 상승 후반기일까.

"상승 후반기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무엇보다 확실한 공급 신호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사업 승인을 받은 재건축도 늦추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만약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미니 신도시급' 규모인 둔촌주공도 이미 분양을 했을 것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주고, 분담금을 조정해주는 것 등이 부동산 가격이 정점일지를 판단하는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건설사들이 앞다퉈 정비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활발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에도 집값 잡는 덴 공급이 최고였다. 공급만큼 가격 조절기능을 가진 건 없다. 위례신도시와 마곡지구가 공급되던 이명박 정부 시절이 그랬다. 김대중 정부 시절 IMF 위기 후 주택 구입 시 대출을 80%까지 풀어줬더니 집값이 살아났다. 이를 본 노무현 정부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도입하고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때 가격이 올라간 건 대출 때문이 아니라 IMF 때 주택 공급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건설사들이 다 부도나고 도산하는데 어떻게 공급을 했겠나. 공급이 안 되는 상태로 경기가 살아나니 가격만 올라가는 것이었다. 가격이 안 잡히니 결국 노무현 정부 때 위례신도시와 마곡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 그 과실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누린 것이다. 어찌 보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백윤미 기자
-전세난은 올해도 계속될까.

"그렇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 매물은 월세로 전환되고 있고, 임대차 2법으로 기존 매물이 줄어들면서 임대차 시장이 순환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도 2년 의무 거주 요건 때문에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3중고’에 빠진 것이다.

전세 가격 역시 매매가와 더불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차인들은 월세보다 경제적인 전세를 선호하지만 물량이 귀하니 매매시장으로 가게 된다. 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4년 계약이 끝날 때마다 가격 상승 폭이 클 수 있다.

올해는 반전세도 굉장히 유행할 것 같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전세와 월세의 중간 지대에서 타협점을 찾으면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은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자금계획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은행 돈, 부모 돈, 내 돈 등 여건이 된다면 사는 것을 추천한다. 자금계획이 안 서있으면 청약을 노려라. 가점을 따져보고 일반공급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신혼부부나 다자녀 특별공급을 노리는 게 좋다.

통상 청약은 자금을 분납하는 방식이니 당첨되고도 2~3년 간은 여유가 있고 중도금 대출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자금 여력이 되는 실수요자들은 그냥 매수에 나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청약만 기다리다가는 죽는 날까지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에만 해당되나.

"그렇지는 않다. 수도권도 해당된다. 특히 광역교통망이 연결돼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를 고민해봐도 좋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나 경전철, 서울 지하철이 들어설 예정이거나 이미 지나는 지역은 사도 된다. 이들 지역 아파트의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고 생각해야 한다. 어제의 가격을 생각하면서 오늘 가격을 인정하지 못하면 결국 못 사게 된다."

-‘벼락거지’ 처럼 부동산과 관련한 자조섞인 유행어가 유독 많아졌다.

"무주택자들은 지금 가만히 앉아서 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이 삼국시대도 아니고 소문으로 남의 소식을 듣는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실제 사례를 공유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나온 정책 중 가장 큰 실책이라고 꼽는 정책은 무엇인가.

"보유세·양도세·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강화한 정책이다. 지나치게 규제일변도였다. 사람 몸에도 피가 순환이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듯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기존 매물이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 형국이다. 특히 보유세를 급격하게 올리면 결국 임차인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최종 소비자가 종부세도 내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덧붙여 실수요자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들도 아쉽다.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대출 정책인데, 주택 가격 상승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이 자꾸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규제 지역만 계속 늘리고 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는데, 묶이는 바람에 가격만 오른 채 못 사게 되는거다. 굉장히 아쉽다."

-올해 주목해서 봐야할 지표나 수치가 있다면.

"금리와 유동성의 흐름, 거래량이다. 금리가 당분간은 안 움직일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시장 동향에 따라 부동산이 영향을 받는 기초 영역인 만큼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돈의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주식으로 가는지, 부동산으로 가는지, 머물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 거래량도 중요한 지표다. 이런 것들을 참고해 부동산 시장을 봐야 할 것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의 화두는 무엇일까.

"역시 공급이 화두가 될 것이다. 정부가 계획 중인 3기 신도시 사전청약과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방안 등을 어떻게 할 지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로 집중돼있는 수요의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광역교통망이나 자족기능이 확정돼야 하는데, 이들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청년주택도 화두가 될 것이다. 청년 주거는 개인 유튜브 채널인 ‘고준석TV’에서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역세권 주변의 청년주택은 거의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 꼭 역세권에만 지어야 하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다. 청년들은 성냥갑 같은 집보다는 집 다운 집에서 살면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주는 집으로 들어가고싶어 한다. 억지춘향식으로 청년주택을 짓는 것은 아닌지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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