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폭발하고 있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여론을 달래기 위해 관련 대책을 금명간 내놓기로 했다. 2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 이후 한 달이 채 넘지 않은 시점이다.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 보궐선거 등에 미칠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발언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이번 대책에는 단속은 강화하고, 투기 유인은 차단하며, 처벌 수위는 대폭 높이는 방안이 모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하면 ‘막고, 조이고, 때리기’를 통해 뿌리 깊은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행태를 잡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는 ‘발본색원(拔本塞源)’을 요구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대를 맞추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광명·시흥 신도시 내 불법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만으로 들끓고 있는 민심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뜻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를 위해 3월을 넘기지 않고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이번에야말로 부동산시장에서 전형적인 불법·편법·불공정 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솔선해야 할 공직자(공무원+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훨씬 엄한 기준과 책임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다음달 6일부터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전담 조직인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가동한다고 26일 밝혔다. 법인 등이 동원된 집단적 거래 등 부동산 이상 거래를 분석하고 다운계약, 편법증여, 청약통장 거래 등 각종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도 맡는다.
정부는 또 공직자 투기를 사전에 막기 위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해 부동산 등록제와 신고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을 기준으로 하는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을 거래할 때마다 소속 기관장 등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또 공공택지를 발표하기 전에 철저하게 투기거래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발표 전후 부동산 거래량 조회 등을 통해 투기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기관에 검증을 요청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된 것처럼 투기 먹잇감으로 전락한 농지에 대한 방안도 대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농지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에서는 비농업인이 농지 소유를 허용한 예외 규정에 따라 농지를 소유한 경우, 해당 농지는 농업에 이용돼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외지인이 택지나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위해 농지를 구매하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도시 등으로 수용되는 예정지 내 토지소유주에 대한 혜택 축소와 토지매입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 의무화 방안 등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땅 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소화함으로써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신도시 예정지에서 보유기간이 짧은 토지소유주에게는 현금보상 외에 추가로 택지나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도시 지정 이전부터 일정 기간 토지를 보유한 사람에게만 ‘협의 양도인 택지’를 공급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실거주 유무나 보유기간을 따지지 않고 수도권 기준 보유토지 면적이 1000㎡ 이상이면 협의 양도인 택지를 받는다. 이는 큰 시세차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땅을 공동 매입한 뒤 1000㎡ 정도로 쪼개 보유한 것도 이를 기대한 행태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매입할 때 자금 조달 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파트 등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받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토지 취득 자금을 확인해 토지시장에 만연해 있는 친인척 명의로 땅을 매입하는 투기성 차명 거래나 불법 증여 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밖에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토지 매입 후 1년 이내 단기 매매시 차익의 80%를 양도소득세로 내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지 않는 토지담보대출에 대해서 금융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금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령 개정안은 국회 의결까지 마친 상태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직접 부동산 매매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투기 이익의 3~5배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투기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형량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늘어난다.
국회는 또 LH 임직원과 10년 이내 LH 퇴직자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한 경우 이익을 모두 몰수 추징하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3배 이상~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아 ‘한국토지주택공사법’도 의결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가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기관 직원 전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제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토지·주택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자격증 취득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선 차명 거래나 자금 출처에 대한 제대로 된 신고와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까지 알려진 정부 방안대로라면 토지 거래내역과 관련 공직자 명단을 대조하는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차명거래나 자금 출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에 대한 처벌도 제한적이다. 이들이 얻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은 몰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최대 5배까지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관련 규정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법 시행 이전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을 소급해 몰수 추징하는 것은 위헌 우려가 있어서다.
특수본은 또 재임 시절 아내 명의로 세종시 땅을 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 A씨와 관련해 26일 오전 10시부터 행복청과 세종시청, LH 세종본부, A씨의 주거지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행복청장은 세종시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는 최고 자리로, 차관급에 해당하며, 특수본의 이날 압수수색은 국회의원과 전·현직 고위공직자 등 고위직에 관한 첫 강제수사다.
이에 따라 특수본의 내사 및 수사 대상에 오른 공무원은 24일 기준 85명으로, 국회의원 3명·시·도의원 19명·전 행복청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 2명 등이 포함됐다.특수본은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고위직 대상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https://ift.tt/3lPUtM6
비즈니스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공직자 투기 방지책? 차명-자금원 추적 어려워 한계 - 동아일보"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