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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흥행에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 우려 - 서울경제신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자동차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작년 말만 하더라도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 업계는 올 한해 전기차 출시 계획을 잇따라 밝히며 서로 한국 전기차 시장 선두 자리를 꿰차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아이오닉 5가 출시 일주일 여 만에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절반 가량을 싹쓸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출시가 늦은 업체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 소진으로 인한 흥행 실패를 염려하는 분위기다.

8일 현대차(005380) 재무분석차트영역계속기업리포트에 따르면 아이오닉 5의 사전계약 대수는 지난달 25일 출시 후 일주일 여만에 약 3만 5,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올 한해 전기차 국고보조금 예상 수혜 대수 7만 5,000여대(금액 기준 5,250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아이오닉 5의 전기차 보조금 싹쓸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아이오닉 5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기록을 세우자 올해 전기차 출시를 앞둔 여타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들의 판매 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3,000만~5,000만 원대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수령 여부에 따라 판매 실적이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는 지난해 9월 한달 동안 2,056대를 판매했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10월에는 판매량이 90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판매량이 20배 넘게 차이난 것이다. 작년 테슬라는 국고 보조금 최대 800만 원에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 450만 원까지 총 1,250 만원을 지급받았다. 모델 3를 기준으로 할 경우 출시가 5,469만~7,469만 원인 차량을 4,000만~6,000만 원대에 구입가능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테슬라 구매 고객들이 차량 인도 시기를 늦췄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출시를 앞둔 전기차는 △기아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쌍용자동차 E100 △볼보 XC40 △벤츠 EQS·EQA △BMW iX3·iX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55·GT 등이다. 이 차량 중 벤츠 EQS, 아우디 e-트론를 제외한 전 모델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에 따라 판매 성적이 엇갈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을 공유한 기아 CV와 제네시스 JW의 자기시장잠식(카니발리제이션)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 5만으로도 올 한해 국내 전기차 보조금의 절반 가량을 가져갈 상황”이라며 “이번 달 사전계약을 받는 기아 CV가 아이오닉과 비슷한 기록을 세우게 되면 이보다 출시가 늦을 제네시스 JW의 경우 보조금 소진 문제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차보다 출시가가 높은 전기차는 보조금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편”이라며 “각 업체 별로 출시시기 조정 등 판매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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